-
스타워즈 제국의 후예 - 1소설 2023. 7. 21. 16:31반응형
https://blog.naver.com/skybull747/222272550427
여기 블로그와 고려원미디어 참고했으며, 저만의 창작과 의역을 섞어 적었습니다.
-----
"펠레온 함장님!"
좌현 선실 쪽에서 사람들의 웅얼거리는 소리를 뚫고 함장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관측함으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정찰기들이 이제 막 광속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키메라호의 함교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기관 장교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바라보던 펠레온은 그 외침을 무시하고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계획도를 광펜으로 두드리면서 명령했다.
"이 선을 추적하라."
기관 장교는 의아한 눈빛으로 펠레온을 바라보았다.
"함장님...?"
"들었네." 펠레온이 말했다.
"중위, 명령을 수행하게."
"네, 함장님."
"펠레온 함장님!"
함장을 부르는 목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펠레온 함장은 기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50년 간 제국 함대에서 쌓은 경륜을 실어 위엄있게 몸을 돌렸다.
바쁘게 달려오던 젊은 당직 사관이 멈춰 섰다.
"저, 함장님...."
함장의 눈을 마주치더니 젊은 당직 사관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펠레온은 심장이 몇 번 뛰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 정적을 알아차렸다. 이윽고 그는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첼 중위, 이곳은 샤움 히(Shaum Hii)의 가축 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제국 스타 디스트로이어함의 함교다. 의례적인 정보를 전할 때는 그 상대를 향해 소리쳐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소리쳐서는 안 된다. 알았나?"
첼의 목소리가 움츠러 들었다.
"네, 함장님."
펠레온은 몇 초 더 지켜보더니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제 보고하라."
"네, 함장님. 방금 관측함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정찰 부대가 오브로아-스카이계(Obroa-skai system) 무력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답니다. "
"좋아, 무슨 문제는 없다던가?"
"사소한 문제가 있었답니다. 우리 부대가 중앙 도서관의 시스템에서 자료를 빼내 가려 하자 그곳 원주민들이 저항했답니다. 편대장 말에 따르면 추적을 받았지만 그자들을 따돌렸다군요."
"그랬으면 좋겠군."
펠레온은 심각한 투로 말했다.
오브로아 스카이계는 변방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정보에 따르면 요즘 신공화국은 이곳을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지지 세력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었다. 만약 무력 정찰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신공화국 놈들의 무장 정찰 연락선이 그곳에 배치되어 있었다면...뭐, 곧 알게 될 테였다.
"정찰기들을 탑재시키는 즉시 보고서를 가지고 함교로 출두하라고 편대장에게 전하라. 그리고 초계 대형에 황색 경보를 울리도록. 해산"
"알겠습니다."
중위는 절도있게 몸을 돌려 통신반으로 발길을 옮겼다.
젊은 중위라.....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펠레온은 지난날의 씁쓸한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제국의 힘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에는 첼과 같은 젊은 친구가 키메라호 같은 거대한 전함의 함교에서 장교로 일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는 기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젊은 대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옛날과 달리 젊은 남녀가 함교를 담당하고 있었다.
펠레온은 함교 내부를 천천히 훑어보며, 옜날에 가졌던 분노와 증오가 뱃속에서 끓어오로는 것을 느꼈다.데스스타 1호가 건조되던 시기에 많은 지휘관들이 황제가 제국의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도 강대한 제국의 군사력마저 직접 지배하기 위해 데스스타를 건조한 것이라 생각했다. 전투기지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황제는 제 2의 데스스타 건조 계획을 무리하게 진행시켰다. 지휘관들은 황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행보를 보일 뿐이라고.. 그런 의심이 점점 더 깊어졌다.
데스스타가 최후를 맞이했을 때, 슈퍼 스타 디스토리이어 이제큐터함(executor)이 함께 사라지지만 않았더라면 고위 지휘관 중에 데스스타의 최후를 슬퍼할 자는 없었을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펠레온은 그 장면을 떠울릴 때면 온몸이 떨렸다. 제어력을 상실한 이제큐터함은 미완성 데스 스타와 충돌해서 전투 진지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완전히 사라졌다. 슈퍼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상실했다는 것도 끔찍했지만, 그 스타 디스트로이어함이 이제큐터함이라는 사실은 더욱 끔찍한 일이었다.
이제큐터함은 다스 베이더의 개인 전함이었다. 어둠의 제왕이라 불리던 그의 유별난 변덕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그 이제큐터함에서 복무하는 것은 진급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큐터함이 사라지면서 중간급의 젊고 훌륭한 장교와 대원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처럼 커다란 실패를 겪은 이후 제국 함대는 전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제큐터함의 지도부가 사라진 뒤, 전투는 급격히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밖의 몇몇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철수 명령을 받기도 전에 격침되었다. 키메라함의 전임 함장이 전사하자 지휘권을 인계받은 펠레온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공화국군에 대한 열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밀려나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 제국의 영토는 과거 오지에 불과했던 지역으로 축소되었고 제국이 관할하는 곳은 과거의 4분의 1도 안 됐다. 그마저도 명목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
이 키메라함에 있는 젊은이 대다수는 협박을 받아 고향에서 징집됐다. 겨우 최소한의 훈련을 시켰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타이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사실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제 이 함대는 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관의 지휘를 받고 있다. 펠레온은 다시 한 번 함교를 둘러보면서 늑대 같은 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제국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어. 오만한 신공화국 놈들은 그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펠레온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2시 15분. 쓰론 대제독은 지휘관실에서 명상에 잠겨 있겠지. 함교 건넌편으로 소리치는 것이 제국의 규율상 곤란한 일이지만, 인터컴(구내 통신장비)으로 제독의 명상을 방해하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 대제독에게는 말을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면, 아예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선을 계속 추적하라. 곧 오겠다."
펠레온은 출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기관 담당 중위에게 명령했다.
대제독의 새 지휘실은 함교의 두 칸 아래에 있었다. 예전의 지휘관은 그곳을 호사스러운 오락실로 사용했었다. 쓰론은 이 함대의 대제독으로 부임하자 그 방을 보조 함교로 바꾸는 일부터 했다.
보조 함교, 명상실...., 어쩌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최근 수리를 마친 뒤, 제독이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키메라함에서는 비밀이 아니다. 진짜 비밀은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펠레온은 출입구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윗옷을 단정히 매만져 자세를 가다듬었다. 어쩌면 지금 그 밀을 알아낼지도 몰랐다.
"쓰론 대제독님을 만나러 왔다. 보고할 일은.."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출입문이 스르르 열렸다. 펠레온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있는 현관으로 들어섰다. 주위를 휙 둘러보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없었다. 다섯 걸음 앞에 있는 내실 문 쪽으로 발을 뗐다. 그 순간 펠레온은 목덜미가 서늘해지며 인기척을 느꼈다.
"펠레온 함장"
음침하고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 같은 목소리가 귓전에 파고들었다.
펠레온은 빙글 돌며 바로 뒤에 서 있는 작달막하고 사악하게 생긴 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망할 룩! 대체 뭘하는 건가?"
룩은 한참 동안 펠레온을 노려보았다. 펠레온의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크고 짙은 눈하며 툭 내민 턱, 번쩍이는 바늘 같은 이빨을 가진 룩은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훨씬 더 끔찍하게 보였다.
특히 룩과 같은 노그리족을 쓰론이 어디에 이용하는지 알고 있는 펠레온에게는 더욱 끔찍하게 보였다.
"임무 수행중이오."
마침내 룩이 말했다. 그는 가느다란 팔을 뻗어 내실 문을 가리켰다. 그 순간 룩의 비수가 소매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언뜩 보였다. 룩이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순간 철사줄 같은 근육이 짙은 회색 피부 밑에서 꿈틀거렸다.
"들어가도 좋소."
"고맙군"
펠레온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윗옷을 단정히 하고 출입문으로 다가가자 문이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은은한 조명이 비치고 있는 미술 박물관이었다. 방 안에 들어선 펠레온은 우뚝 멈춰 서서 놀라운 표정으로 주위를 돌러보았다. 벽과 둥근 천장은 온통 벽화로 뒤덮여 있었다. 그 미술 작품 가운데 몇몇은 인간의 작품 같았으나 대개는 외계종족의 작품들이었다. 갖가지 조각 작품들도 주변에 널려 있었다. 자유로운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의 작품도 있고, 걷는 모습의 작품들도 있었다. 방 한가운데 이중 원의 디스플레이가 놓여 있었다. 바깥쪽 원이 안쪽 원보다 조금 높이 걸쳐 있었다. 그 디스플레이도 미술 작품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쓰론 대제독은 이중 원의 중심에 함교에 있는 것과 같은 제독 의자에 앉아 있었다.
대제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 감청색 머리칼이 빛났으며, 피부는 창백하고 푸른빛이 감돌았다. 전체적인 윤곽은 인간과 같았지만 아주 낯설고 차가우며 착 가라앉은 모습이 인간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머리 받침대에 기대고 눈을 거의 감고 있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붉은빛이 내비치고 있었다.
펠레온은 쓰론의 밀실을 찾아온 것에 자신감을 잃으며 입술을 빨았다. 만일 대제독의 비위를 거슬리기라도 한다면.....
"들어오게. 함장."
생각에 빠져 있던 펠레온은 착 가라앉은 대제독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제독은 여전히 눈을 감은 듯 가늘게 뜨고 있었으며, 절도있는 작은 동작으로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흥미로운 작품이군요. 제독님"
바깥쪽 디스플레이 원 가까이 걸어가면서 펠레온은 간신히 말을 꺼냈다.
"모두가 홀로그램이네."
펠레온은 대제독의 목소리에서 아쉬워하는 기미를 알아차렸다.
"조각 작품과 벽화 모두 홀로그램이네. 그중 몇 개는 잃어버렸고, 다른 것들은 상당 부분 반란군들이 지배하는 행성들에 있네."
"그렇군요." 펠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들릴 사항이 있습니다. 오브로아 스카이계로 보냈던 정찰 부대가 돌아온다고 합니다. 편대장이 몇 분 뒤에 귀환 보고를 할 것입니다."
쓰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중앙 도서관 시스템에 침투했을 거 같나?"
"적어도 일부 자료들을 얻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일을 완전하게 마무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격적인 있었던 모양인데, 편대장이 그자들을 따돌렸다고 합니다."
쓰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 특히 그 추적자들이 반란군에서 온 놈들이라면 따돌리지 못 했을 것이야."
쓰론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펠레온이 방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붉게 빛나는 두 눈을 떴다.
펠레온은 쓰론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마주본 것에 다소나마 자부심을 느꼈다. 사실 제국의 고위급 지휘관들이나 관리들은 쓰론의 섬뜩한 눈초리를 쉽게 바라보지 못했다 .쓰론이란 인물 자체가 대하기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쓰론이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이 은하계의 야만 지역을 제국의 관할하에 끌어들이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면모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화려한 업적 때문에 그는 '전신(戰神)'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으며, 대제독의 지위에 올랐다. 그는 황제로부터 그런 지위를 부여받은 유일한 비인간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점 때문에 최전방 공세 작전엔 그가 적임자였던 것이다. 펠레온은 다스 베이더가 아닌 쓰론이 이제큐터함을 지휘했더라면 엔도 전투가 어떻게 끝났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다.
"알겠습니다. 제독님. 관측선에 황색 경보를 내려 두었습니다. 적색 경보로 바꿀까요?"
"아직은 아니네. 몇 분 더 기다려 보고.. 함장, 미술품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아...., 거의 없습니다."
펠레온은 갑자기 화제가 바뀐 것에 조금 당황했다.
"그런 데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그런 시간을 가져보게"
쓰론은 안쪽 디스펠리이 원 한 부분의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건 <사파>의 그림들이네. 제국이 생기기 이전 약 1550에서 22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이지. 바로 여기에 있는 그림의 화풍이 덴쿼라와의 첫 접촉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살펴보게. 저기에 있는 것들은 <파오니드 엑스트라사 미술 작품>의 예시품들이야. 사파의 초기 작품들과의 유사성도 두드러지지. 뿐만 아니라 18세기 중반 엠바트크리 이전의 평면 조각과도 유사해."
"예, 알겠습니다." 펠레온은 대답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제독님, 지금 대비를 하는 것이.."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공기를 가르자 그는 말을 멈췄다. 다급한 첼 중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함교에서 쓰론 대제독님께 알립니다. 지금 공격받고 있습니다!"
쓰론이 인터컴 스위치를 눌렸다.
"쓰론 제독이다."
그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색 경보를 발령하고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라."
"알겠습니다. 제독님."
소리나지 않은 경보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펠레온은 밖에서 울려 오는 희미한 경보음을 들었다. 긴장을 억제하려는 것이 역력한 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지기에 네 대의 신공화국 구축함 및 세 대의 엑스 윙 전투 편대가 포착되었습니다. 대칭 비행 대형을 취하면서 정찰기 방향으로 날라옵니다."
펠레온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배뱉었다. 경험 없는 대원들로 구성된 하나뿐인 전함을 가지고 네 대의 구축함과 그것들을 엄호하는 전투기들과 대항해야 한다니....
"엔진 출력을 최고로 올려라. 하이퍼스페이스 도약을 준비하라."
펠레온은 인터검에 대고 외치고는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약 명령을 취소해라 중위."
얼음장처럼 침착한 쓰론의 명령이었다.
"타이 전투기 대원들은 주둔지에 집결하고, 방어막을 가동하도록."
"제독님.."
펠레온이 입을 열자 쓰론은 손을 뻗아 말을 막았다.
"함장, 이리 와서 한 번 살펴보게."
쓰론이 스위치를 누르자 갑자기 미술 전시품들이 사라졌다. 그 방은 함교 모니터의 축소판이 되었다. 벽과 이중 디스플레이 원에 조타 장치, 엔진, 그리고 무기 화상 장치가 나타났다. 널찍한 공간은 이제 홀로그램 전술 화면이 되었다. 한쪽 귀퉁이에 깜빡이는 부분이 침략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것과 가장 가까이 있는 벽 디스플레이에 12분마다 측정된 ETA(예상 계산값)의 수치가 나타났다.
"다행히도, 정찰기들이 충분히 앞서 가고 있어 위험에 벗어나 있군. 다행이네. 사태의 정황을 파악해 보세. 함교 대원은 들어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 대의 초계선에 공격 명령을 하달하라."
"알겠습니다."
초계선에 나온 3개의 푸른 반점이 요격 방향으로 흘렀다. 적의 구축함과 엑스 윙 엄호 전투기들이 응사하며 날아들자 쓰론은 몸을 수그렸다.
푸른 반점 하나가 사라졌다.
"대단하군."
쓰론이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중위, 그 정도면 됐다. 두 대의 초계선을 불러들여라. 그리고 침입자들의 진격로에서 벗어나라고 제 4구역 편대에게 명령하라."
"알겠습니다. 제독님."
첼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듯이 말했다.
펠레온도 첼의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함대의 다른 병력에 알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데스 헤드(Death's head)함은 20분 안에 여기에 도착할 수 있고 대부분의 다른 편대도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펠레온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보게, 함장. 더 이상 우리 전함을 이 전투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네."
쓰론은 펠레온을 쳐다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혹시나 적의 생존자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우리의 위치를 알아서는 안 되네."
그는 다시 디스플레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함교는 들어라. 항로를 20도 돌려라. 침입자의 진행 방향으로 나아간다. 놈들은 향해 상부 구조를 지향하라. 놈들이 외곽 지역에 들어오는 즉시, 놈들 뒤에 제 4구역 초계선을 배치하고 모든 통신을 교란시켜라."
"아,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제독님?"
쓰론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중위, 이유는 알 필요 없다. 명령대로 하라."
"알겠습니다."
키메라함의 앞부분이 명령대로 선회하는 모습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나자 펠레온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제독님, 저 역시 이해할 수 없군요. 상부 구조를 놈들 쪽으로 돌리게 하다니...."
쓰론은 손을 들어 펠레온의 말을 가로막았다.
"함장, 지켜보게. 함교는 들어라. 그 정도면 됐으니 선회를 머추고 현재 위치를 고수하라. 선내 정박소의 방어막 작동을 중지하고 다른 모든 기관의 출력을 보강하라. 타이 전투기 편대, 준비됐으면 발진하자마자 키메라함에서 곧바로 2킬로 떨어진 곳까지 진격하라. 그리고 오픈 클러스터 대형으로 한 바퀴 훑고 오라. 초음속으로 지역 공대 대형을 취하라."
쓰론은 펠레온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알겠나, 함장?"
펠레온은 입술을 오므렸다.
"선체를 돌린 이유는 전투기들의 탈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나머지 명령은 구전적인 마그 사블 압박 방식일 뿐입니다. 놈들은 그렇게 단순한 작전에 말려들지 않을 것 같군요."
쓰론이 냉정한 어조로 대꾸했다. "잘 보게. 놈들은 이 작전에 속는 것은 물론,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테니까."
타이 전투기들이 키메라함에서 빠져나와 마치 샘물이 분출하는 것처럼 키메라함을 휩싸고 돌더니 발진했다. 적의 전투기들은 요격해 오는 타이 전투기를 포착하고 그쪽으로 움직여 갔다.
펠레온은 눈을 깜박였다.
"저것들이 대체 뭘 하는 겁니까?"
"저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미그 사블 방어 작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지."
쓰론의 목소리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쓰론은 디스플레이의 깜빡거리는 지역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저건 놈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이란 말이네. 그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자는 아마 엘롬이겠지.. 엘롬족은 아직 마그 사블 공격법의 체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작전에 잘 대처하지 못할 것이야."
펠레온은 적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적들은 너무도 무모한 방어 대형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금 스론이 한 행동의 의미를 서서히 깨달았다.
"적의 초계정이 공격을 감행한 지 몇 분 되지 않았는데도, 저런 모습 때문에 엘롬의 전함이란 걸 아신 겁니까?"
"함장, 예술을 배우게. 어떤 종족의 예술을 알게 되면, 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네."
펠레온은 몸을 똑바로 추스렸다.
"함교 대원들은 들어라. 함대를 우회해서 공격에 가담할 준비를 취하라."
한 시간 뒤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편대장이 나가고 대기실 문이 스르르 닫혔다. 펠레온은 디스플레이 위에 그려진 지도를 다시 응시하면서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오브로아 스카이계가 끔찍한 종말을 고한 것 같군요. 우리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필요한 병력을 남겨 둘 길은 없습니다."
"아마 지금으로서는 그럴지도. 그러나 지금에 한해서만 그렇네."
펠레온은 탁자 건너편에 있는 쓰론을 마땅찮게 바라보았다. 쓰론은 데이터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전망 창구를 통하여 별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이한 웃음이 쓰론의 입가에서 배어 나왔다. 펠레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독님?"
펠레온은 조심스레 물었다.
"이게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의 두번째 단서다."
쓰론이 머리를 돌려 타는 듯이 강렬한 눈초리로 펠레온을 응시했다.
"이 자료를 1년 이상 찾아다녔네."
쓰론이 자료 카드를 집어들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인터컴을 눌렀다.
"함교, 쓰론 제독이다. 우리가 잠시 이 함대를 떠날 것이라고 데스 헤드함의 함장 하비드에게 알려라. 우리가 떠난 뒤에도 해당 성계를 정찰하고, 가능하다면 모든 곳에서 자료를 수지하라고 말해라. 그런 뒤 미르크르 행성 쪽으로 방향을 잡아라. 항법 컴퓨터에 미르크르의 위치가 입력돼 있다."
함교에서 알았다는 답변이 오자 쓰론은 다시 펠레온을 바라보았다.
"미르크르 행성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
펠레온은 제독의 표정을 읽어 내지 못하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제가 알아 둬야 할 사항입니까?"
"그렇지 않네. 그곳 주민들 대부분이 밀수꾼, 불평 불만자들, 혹슨 쓸모없는 은하계의 쓰레기들이지."
쓰론은 의자 팔걸이에 있는 원통형 찻잔을 들어 세련된 자세로 한 모금 마신 뒤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차에서 포비시 에일의 강력한 향취가 배어 나옸다. 펠레온도 말이 없었다. 제독은 스스로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쓰론은 찻잔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입을 열었다.
"몇 년 전 뜻하지 않게 그 행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네. 관심을 끈 것은 그 행성에 적어도 3백 년 동안 인간이 살았는데도 구공화국과 제다이는 그 행성을 경원시했다는 사실이다."
제독은 감청색의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런 점에서 짚이는 것이 없나?"
펠레온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 행성은 아주 먼 변방에 있어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만, 그건 정확한 답변이 아니네. 실상 미르크르는 우리와 반란군 사이의 경계 지역 근처에 있으며 거리도 150광년 밖에 되지 않네. 또 구공화국의 영토였지."
쓰론은 손에 들고 있는 데이터 카드를 바라보았다.
"아니지, 이 데이터 카드에 실려 있는 실제 설명이 훨씬 흥미롭고 쓸모있다고 할 수 있지."
펠레온도 데이터 카드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니까 그 설명이 제독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첫번째 단서입니까?"
쓰론은 미소를 지었다.
"자넨 역시 훌륭해. 미르크르, 보다 상세히 말해서 그 행성에 살고 있는 토착 생물 가운데 하나가 그 수수께끼의 첫번째 단서이네. 두번째 단서는 웨이랜드 행성에 존재하고."
그가 데이터 카드를 흔들었다.
"오브로아족 덕분에 마침내 그 생물들이 사는 세계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었지."
"축하드립니다."
펠레온은 갑자기 수수께끼가 되어버린 상황에 싫증을 느끼며 물었다.
"그 수수께끼가 정확히 무엇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쓰론이 웃음지었다. 그 웃음을 본 페렐온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물론 풀어 볼 만한 수수께끼지." 대제독이 부드럽게 말했다. "반란군을 완전하고, 전면적이고, 철저히 파멸시키는 일이네."
반응형'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워즈 제국의 후예 - 2 (0) 2023.07.23 수호천사 (0) 2021.10.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