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제국의 후예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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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후예-2장

 

이 블로그와 고려원미디어 번역 그리고 저만의 창작과 의역이 담겨져 있습니다. 본 블로그에 올라오는 제국의 후예는 원서와 동떨어지는 내용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설정 또한 바꾼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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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크?"

 

 부드럽지만 끈끈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눈에 익었다고는 하지만 묘하게 왜곡된 타투인의 풍경 속에 루크 스카이워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벤. 오랜이예요."

 

 벤이 침통한 어조로 대답했다. 

 

 "정말 그렇구나. 다음번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만날 수 있을 거 같구나.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단다. 루크."

 

 풍경이 떨리고 있었다. 루크는 어렴풋이 자신이 잠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국 황궁에 있는 자기 방에서 잠들어, 벤 케노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이 아니란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꿈속이 아니면 네게 나타날 수 없구나. 이제 이 수단도 마지막이란다."

 

 "안 돼요. 스승님. 저흴 떠나시면 안 돼요. 우리는 스승님이 필요해요."

 

 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루크,너에겐 더 이상 내가 필요치 않아. 너는 이제 어엿한 제다이고, 강력한 포스를 가졌단다."

 

 벤은 미소를 지우고 멍하니 딴 생각에 빠진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어쨌든 이 결정은 내가 한 게 아니란다. 너무 지체했고, 이 생을 떠나 저편으로 가는 여정을 더는 미룰 수 없구나."

 

 루크는 제다이 마스터 요다의 임종이 떠올랐다. 루크는 요다가 죽지 않도록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때 요다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었다. 

 

 "죽음을 거부하진 못 한단다. 아무리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벤은 루크의 생각을 일깨우며 말했다. 

 

 "모든 생명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거란다. 너도 역시 언젠가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야."

 

 벤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가 다시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 너는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어. 인내하고 수련을 쌓는 더욱 강해질 거란다."

 

 벤이 루크를 엄하게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경계심을 늦추지는 말하야 한다. 황제는 사라졌지만, 어두운 면은 여전히 강력하지. 그 점을 잊지 마렴."

 

 "잊지 않을게요."

 

 벤은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루크, 너는 여전히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단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친구라구요? 그게 누구죠?"

 

 환영이 흔들리고 희미해졌다. 벤은 그 질문엔 대꾸하지 않고 말했다. 

 

 "자, 이만 작별이구나. 나는 너를 아들처럼, 제자처럼, 친구처럼 생각했단다. 다시 만날 때까지. 포스가 함께하길."

 

 "벤-!"

 

 그러나 벤은 돌아섰고 모습이 흐려졌다. 그리고 꿈 속에서, 루크는 벤이 떠났음을 알았다. 

 

 '그럼 난 혼자인가?'

 

 루크는 쓸쓸함을 느꼈다.

 

 '내가 마지막 제다이야.'

 

 마지막 제다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을 수 있다. 아직 아소카도 남아 있으며, 잠깐이지만 루크 제자로 들어왔던 그로구도 있다. 그러나 아소카는 스스로 제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로구 또한 다른 길을 택했다. 제다이라 불릴 수 있는 자는 루크만 남아있는 듯 했다. 그렇게 외로움에 빠지려고 할 때 아주 먼 곳에서 벤의 희미한 목소리가 아스라히 들렸다.

 

 "루크, 너는 제다이의 마지막이 아니다. 새로운 제다이의 시작이란다."

 

 그 목소리는 여운을 남기며 고요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루크는 잠에서 깨어났다. 루크는 한동안 그대로 누워, 제국 도시의 희미한 불빛이 이리저리 어른거리고 있는 침실 천장을 응시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잠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기억이 엄청난 슬픔으로 마음 깊이 자리잡았다. 처음엔 오웬 숙무와 베루 숙모가 살해되었고, 다음엔 친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루크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숨졌다. 그리고 이젠 벤 케노비도 가버렸다. 이번이 세번째 고아가 되는 셈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이불을 젖히고 나와 옷을 입고 신발을 신었다. 그가 거처하는 방에는 소형 취사실이 있어서 차를 준비하는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 이 이국적인 차는 지난번 코러산트를 방문했을 때 란도로부터 제조법을 배웠다. 루크는 라이트세이버를 차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루크는 신공화국 정부를 이곳 코러산트 행성에 세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었다. 제국이 있기 전, 코러산트가 이전 공화국의 수도였다는 건 루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상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부류한테는 그런 식의 상징성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새로운 정부가 한 때 제국의 황궁이었던 곳에 세워지는 것은 더욱 거세게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 위에서 바라보는 코러산트의 광경은 장관임에 틀림없었다. 

 

 

  루크는 가슴 높이의 석조 난간에 기댄 채 차가운 밤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면서 지붕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한밤중인데도 코러산트는 차량과 거리의 불빛이 뒤엉킨 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마치 유체 미술 작품을 연상시켰다. 도시의 불빛과 비행선의 불빛에 반사되고 있는 낮게 드러워진 구름은 도시 상공의 각 방향으로 끝없이 펼쳐져 희미한 조각 천장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 남쪽에는 우메이트 봉우리가 간신히 보였다. 행성 전체가 뒤덮는 도시화가 완료된 곳에서 유일하게 행성 지표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루크가 도시 광경을 응시하고 있을 때, 20미터 쯤 뒤에 있는 출입문이 조용히 열렸다. 

 

 루크는 반사적으로 라이트세이버 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멈췄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존재의 정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쓰리피오, 여기야."

 

 쓰리피오가 특유의 걱장과 안도가 섞인 감정을 발산하며 지붕을 건너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루크 주인님." 쓰리피오는 루크가 손에 든 컨 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방해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냥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을 뿐이야."

 

 "정말이신가요? 물론 캐물으려는 건 아니지만요." 쓰리피오가 물었다. 

 

  루크는 침울한 기분이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협조적이면서도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하고, 또 동시에 공손해 보이려는 쓰리피오의 태도가 우스웠다. 그는 다시 도시의 전경을 굽어보기 위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기분이 조금 별로야. 제 기능을 하는 진짜 정부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의회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그것도 있고, 벤이 좀 그립네."

 

 쓰리피오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그분은 내게 항상 친절하셨죠. 물론 알투에게도요."

 

 루크는 찻잔을 입에 대고 미소를 띠었다. 

 

 "쓰리피오, 넌 너만의 우주를 보는 기준이 있구나."

 

 루크가 곁눈질로 쓰리피오를 바라보았다. 쓰리피오는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이 굳어지고 있었다. 

 

 "제가 주인님을 언짢게 했나요? 그러려던 건 정말 아니었어요."

 

 쓰리피오가 근심스러운 듯 말했다. 

 

 "너 때문이 아니야. 사실 벤의 마지막 교훈을 깨달은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정부나 행성 전체도 중요하지면, 결국은 사람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야."

 

 쓰리피오는 침묵했다. 루크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말했다. 

 

"달리 말한다면, 제다이는 그러한 요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관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루크는 쓰리피오를 보며 미소지었다. 

 

 "또 드로이드 역시 마찬가지고."

 

 "아, 그렇군요"

 

 쓰리피오가 루크가 든 컵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죄송하지만.. 드시고 계신 게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거? 이거 얼마 전에 란도가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어."

 

 "란도요?"

 

 쓰리피오의 대꾸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말투가 역력했다. 란도에 대한 공손함이 의도적이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쓰리피오는 란도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상기해 보면 그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래, 수상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아주 훌륭해. 핫 초콜릿이라고 해."

 

 " 아, 그렇군요."

 

 드로이드 녀석이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면, 주인님이 괜찮으신 걸 확인했으니, 가 보도록 할게요."

 

 "그래, 그런데 여기는 어쩌다 올라온 거야?"

 

 "물론 레아 공주님이 보내셨지요. 공주께서는 주인님께서 우울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루크는 웃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레아는 언제나 루크의 기운을 복돋아줄 방법을 찾아내곤 했다. 

 

 "자랑하기는." 루크가 중얼거렸다. 

 

 "네?"

 

 루크는 손사레를 쳤다. 

 

 "레아는 새로운 제다이 능력을 자랑하는 거야. 한밤중에도 내 기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거지."

 

 쓰리피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주님은 진심으로 주인님을 걱정하시는 것 같았는걸요."

 

 "나도 알아, 농담한 거야."

 

 "그렇군요. 그럼 주인님이 괜찮으시다고 공주님께 말씀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는 감에 레아한테 내 걱정은 그만하고 잠이나 푹 자라고 전해줘. 안 그래도 가끔 입덧이 심하게 오면서 피곤할텐데."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또, 사랑한다고도 전해주고."

 

 "네, 그러죠. 안녕히 주무세요. 루크 주인님."

 

 "잘 자, 쓰리피오."

 

 루크는 멀어지는 쓰리피오를 지켜보았다. 또다시 우울한 기분이 엄습했다. 쓰리피오가 이해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임시 평의회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임신 3개월이 조금 지난 레아가 이곳 코러산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루크의 몸이 떨렸다. 차가운 밤기운 탓만은 아니었다. <이곳은 다크사이트가 강한 곳이다.> 대고바 행성의 동굴 속에서 요다가 한 말이었다. 다스 데이더인 줄 알았던 루크 자신과 라이트세이버 대결을 벌였던 그 동굴 말이다. 그 뒤로 몇 주일 동안, 다크사이트가 실재하며 강력한 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루크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훨씬 나중이 되어서야 그건 자신의 갈 길이 얼마나 먼가를 보여 주기 위한 요다의 훈련 방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루크는 종종 그 동굴이 옛날 모습 그대로인지 궁금했다. 다크사이드에 속한 강력한 사람이나 물체가 한때 그곳에 살았는지도 생각이 들었다. 황제가 한때 이곳에 살았던 것처럼...

 

 루크는 다시 몸을 떨었다. 이 황궁에 사악한 기운을 감지해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었다. 사실 그 평의회가 이곳 제국 도시로 이전하는 일을 처음 고려했을 때, 그 문제는 자신과 의논하기로 했었다. 루크는 이를 악물며, 이곳에 머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들은 오랜 공화국 역사를 가진 장소에 황제가 머물렀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 맞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어떤 기운이 느껴지냐고 물은 적도 있다. 철저히 조사한 끝에 황제의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다는 걸 마지못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지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루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두자.' 그는 속으로 다짐하였다. 헛것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면 과대망상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편집증적으로 굴어봐야 득 될 것은 없다. 레아와 다른 사람들이 군부 반란을 민간 정부로 전환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갖게 된 정신적 억압 때문에 최근 들어 악몽을 꾸고 잠도 못 이루는 것 같았다. 그 점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을 가졌다면 레아는 이 황궁 근방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테였다.

 

 루크는 애써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다이 감각을 발동했다. 황궁의 상층 구역의 절반 정도를 정신 감응으로 더듬어 갔다. 잠든 레아의 모습과 그녀의 뱃속에 든 쌍둥의 모습이 보였다. 루크는 레아가 더 이상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감지 기능의 강도를 줄인 채, 레아의 몸 안에 태아가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한동안 부분 정찰 기능만을 취했다. 그 태아에 스카이워커 가문의 유산이 담겨 있었다. 즉, 그 아이들을 감지할 수 있음은 그 아이들도 강력한 포스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루크는 적어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벤엔게 이 점을 확인해 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기회는 사라졌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억제하며 정찰 작업을 중지했다. 찻잔이 차가워졌다. 루크는 남아 있는 핫초코를 마시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시를 바라보고, 구름을 바라보고.... 그리고 마음의 눈을 통해서 그것들 뒤에 자리잡은 항성들을 바라보았다. 위성들이 그 항성들의 주위를 돌고, 사람들은 그 항성 속에 살고 있다. 수십억 인간들 대부분이 신공화국이 약속했던 자유와 광명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루크는 밝은 빛을 기대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밝은 희망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만사 형통의 마술 지팡이는 없다. 제다이에게조차도...

 

 

 쓰리피오가 방에서 나간 뒤, 레아 오르가나 솔로는 한숨을 쉬며 베개를 안고 돌아누었다. <반쪽짜리 승리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레아는 한동안 그 속담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반쪽자리 승리는 반쯤은 패배라고 생각했다. 

 

 레아는 루크의 기분을 감지하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루크가 쓰리피오를 만나서는 바라던 대로 기분이 밝아지더니 쓰리피오가 사라진 뒤로는 다시 우울한 기분에 빠진 것 같았다. 

 

 아마도 직접 루크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지난 몇 주 동안 괴로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털어놓게끔 할 수 있을지..... 

 

 레아는 뱃속이 뒤틀렸다. 배를 살살 어루만져 통증을 진정시키며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괜찮아..루크 삼촌이 걱정됐을 뿐이란다."

 

 배의 진통이 천천히 진정되었다. 레아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우유잔을 들어 마시면서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우유는 레아가 싫어하는 것이었지만 소화 기관의 주기적인 통증을 진정시키는 데는 빠른 효과가 있었다. 의사들은 레아의 극심한 위장 장애가 이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레아는 의사들 말대로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희미한 발자국 소리가 옆방에서 들려 왔다. 레아는 잽싼 동작으로 유리잔을 제자리에 두고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렸다. 여전히 켜져 있는 침대등을 꺼보려고 포스를 이용해 보았다. 

 

 등불은 깜빡거리지도 않았다. 이를 악물며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포스는 작동되지 않았다. 전등 스위치와 같은 작은 것에조차도 포스를 발휘할 수 없었음이 분명했다. 레아는 이불을 젖히고 살금살금 침대등으로 나가갔다. 

 

 문이 열리면서 화사한 옷차림을 한 큰 키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희미하게 빛나는 백색의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레아는 한숨을 쉬었다. 

 

 "들어와, 윈터. 밖에서 얼마 동안 엿듣고 있었니?"

 

 "엿들은 게 아니에요." 

 

 윈터가 방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며 말했다.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고 레아가 생각한 것에 화를 내기라도 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문틈으로 새어나는 불빛을 보고 공주님께서 필요한 게 있지 않나 했지요."

 

 "난 괜찮아."

 

 레아는 윈터가 자신을 놀라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그 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윈터는 허름한 윗옷을 입고 한밤중에 잠을 깨서 머리가 완전히 헝클어진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레아가 가장 품위있을 때의 모습보다도 훨씬 당당해 보였다. 엘더란에서 함께 지내던 어린 시절, 비서로이 궁전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윈터를 레아 공주로 착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몇 번인지 세다가 지쳤을 정도로 많았다. 

 

 물론 윈터는 몇 번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테였다. 모든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공주라는 오해를 받은 횟수도 기억하고 있을 테였다. 공식적인 회의석에서 레아 옆에 앉아 있거나  복도에서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눌 때 말없이 옆에 서 있던 윈터가 평의회 의원들이 했던 말을 아주 효율적으로 기억해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평의회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무척 궁금했다. 

 

  "공주님, 우유를 더 드릴까요? 아니면 크래커를 드릴까요?"

 

  윈터가 물었다. 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지금은 편해졌어. 그게....알잖아. 루크 말이야."

 

  "지난 9주일 동안 그분이 괴로워했던 일 말씀이신가요?"

 

 윈터는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레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괴로워했다고?"

 

 윈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주님은 바쁘시긴 했죠." 윈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았다. 

 

 "모르겠어, 윈터... 정말 모르겠다구. 루크는 벤 케노비가 그립다고 쓰리피오에게 말했데.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닐 거야."

 

 "공주님이 임신하신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 9주면 시간이 딱 맞아요."

 

 윈터가 말했다. 

 

 "그래, 알아. 하지만 몬 모스마와 아크바 제독이 정부를 여기 코러산트에 옮기자고 한 것도 그쯤이었어. 알 수 없는 전술의 천재가 제국 함대의 지휘권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변방 지역으로부터 전해져 온 시기이기도 하고."

 

 레아는 손바닥을 위로 해서 두 손을 내밀었다. 

 

 "그 중에서 골라봐."

 

 제 상각에는 루크님이 직접 공주님께 말씀드릴 때까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솔로 선장님이 돌아오시면 털어놓으실지도 모르고요."

 

 레아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마주 눌렀다. 분노와 고독이 엄습했다. 한이 자신을 외롭게 내버려 두고 그 한심한 정찰 임무를 떠난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곧 분노는 죄책감으로 바꼈다. 그렇다. 한은 다시 떠났다. 그러나 그가 여기 있었을 때도 함께 지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신생 정부를 세우는 엄청난 가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남편을 볼 시간은 물론이고 밥 먹을 시간도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그건 내 일이야.'

 

 레아는 생각을 다잡았다. 그리고 볼행히도 그 일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게 맞았다. 동맹체의 고위급에 속한 기타의 인물들과 다르게 레아는 이론과 실제 정책면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레아는 엘더란궁에서 성장하면서 동맹체가 지켜야 할 전반적인 규칙을 양아버지로부터 배웠다. 10대의 나이로 아버지를 대신해서 제국 상원 의회에 참석할 정도가 되었다. 레아가 없었다면, 신공화국 출범 초기 단계에서 모든 일은 와해되어 버렸을 것이다. 요 몇 달 동안은 부담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남편 한과 보내면서 그 동안 같이 지내지 못한 것을 보상하려 했던 것이다. 죄책감은 사라졌지만 쓸쓸함이 남았다. 

 

 "우리 둘 다 좀 더 잠자는 게 좋겠어. 내일은 바쁠테니까."

 

 윈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할 일이 적은 날도 있나요?"

 

 레아는 진지한 말투로 충고했다. 

 

 "윈터, 너는 아직 냉소주의자가 되기에는 일러. 내 말은...., 이제 그만 하고 자자."

 

 "필요한 건 더 없으신가보군요."

 

 "그래. 어서 가서 더 자렴."

 

 "좋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전하."

 

 윈터가 뭄을 닫고 나가자 레아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올리고 좀 더 편한 자세로 베개를 고쳐 잡았다. 

 

 "너희 둘도 잘 자렴."

 

 레아는 다시 한 번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뱃속의 아이들에게 속삭였다. 한이 자기 배에 대고 말하는 사람은 조금 돈 사람이라며 놀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한은 모두가 조금 미쳐 있다고 내심 생각하지 않았을까.

 

 남편이 그리웠다.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침대등을 껐다. 

 

 

 

 은하계 안을 가로질러 4분의 1쯤 되는 위치에서 한 솔로는 술을 마시며 주위를 떠돌고 있는 난잡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에서 진작 손을 떼지 않았나?'

 

 한은 스스로 자문했다. 분주하게 뒤바뀌는 은하계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아내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저 구석에서 연주하고 있는 악단은 과거와 달라졌고, 이 방 안의 장식품도 그다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모스 아이슬리> 술집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오비완 케노비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츄바카가 곁에 서서 작은 소리로 그르렁거리자 한 솔로는 말했다. 

 

 "걱정 마, 곧 올거야. 드라비스는 그런 친구잖아. 언제나 약속 시간을 지킨 적이 없지."

 

 한은 군중을 향해 천천히 눈을 돌렸다. 아니다. 한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술집에 관한 사항 가운데 색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즉, 한때 빈번히 드나들던 밀수꾼들이 눈에 뜨지 않았던 것이다. 자바가 죽은 뒤 남은 허트의 조직을 접수한 자라면, 활동 영역을 <타투인> 부근으로 옮겼을 것이 틀림었다. 술집 뒷문을 주시하면서 그런 의문점들을 드라비스에게 물어 볼 작정이었다. 

 

 한이 여전히 한쪽을 응시하고 있는데 탁자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낄낄꺼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신가, 솔로."

 

 솔로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 안녕하지, 드라비스. 오랜만이군. 앉아."

 

 "물론이지. 자네나 츄이는 금세 자리를 잡았군."

 

 드라비스는 씩 웃으며 말했다. 

 

 한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술잔을 두 손으로 감싸 잡으며 말했다. 

 

 "이봐, 자네는 언제나 내가 한 방 먹이려고 이곳으로 불러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우린 오랜 친구잖아. 안 그래?"

 

 드라비스는 살피는 듯한 눈길로 츄바카를 보았다. 

 

 "물론 우린 친구지. 적어도 친구로 지냈었지. 그렇지만 자네가 귀하신 양반이 됐다는 말을 들었거든."

 

 "귀하신 양반이라니? 너무 애매한 말인데?"

 

 드라비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소적인 말투로 말했다. 

 

 "너가 장군이 되었고, 공주랑 결혼해서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단 소리를 들었거든."

 

 한은 손사레치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사실, 몇 달 전에 장군직은 사임했어."

 

 드라비스가 코웃음 쳤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거야?  경고라도 하려고?"

 

 "경고라니?"

 

 "솔로, 모른 척하지 마. 제국을 대신해서 신공화국이 들어섰어. 아주 멋지고 훌륭하게 해치우고 있단 말이야. 그러나 자네도 알고 나도 알다시피 우리 밀수꾼들에게는 매한가지야. 날 만나자고 한 것이 우리들의 사업을 중지시키기 위한 공식적인 초청이라면, 난 비웃고 나가겠어."

 

 드라비스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 건 아니야. 실은 난 자네들을 채용하고 싶어."

 

 반쯤 몸을 일으키던 드라비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드라비스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뭐라고?"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우리는 밀수꾼들을 고용하려는 중이야."

 

 드라비스는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제국과 벌이는 싸움과 관련이 있나? 그게...."

 

 "그렇지 않아. 이 일과 관련되어 소문이 무성하지만, 결론은 신공화국에 화물선이 부족하다는 점이야. 경험 많은 화물선 조종사도 물론 부족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드라비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한을 바라보면서 기지개를 켰다. 

 

 "무슨 횡재거리라도 있어?"

 

 한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횡재거리는 없어. 항성간 무역을 재개하기 위해 우주선과 조종서가 필요할 뿐이지."

 

 드라비스는 곰곰이 생각한 뒤 다시 물었다. 

 

 "우린 고작 푼 돈을 위해서 곧이곧대로 일해야 할 이유가 없어. 밀수업으로도 크레딧을 끌어모을 수 있거든."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자네 고객들이 밀수업자를 고용하는 건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 아니야? 이번에는.. 관세가 없을  거거든."

 

 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라비스는 한을 응시했다. 

 

 "이봐, 솔로. 돈에 굶주려 있는 신정부가 높은 관세를 붙이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 주길 바라는 거야?"

 

 "마음대로 생각해.. 한번 직접 해보기도 하고, 괜찮다 싶으면 그때 연락 줘."

 

 드라비스는 뺨을 오므리고 한을 바라보았다. 

 

 "솔로, 자네를 믿지 않는다면 오지 않았을 거야. 나 역시 자네가 무슨 사기 행각을 획책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자네의 말을 기꺼이 믿고, 적어도 생각은 해보겠다만, 내가 소속한 밀수 집단 사람들은 자네를 믿지 않을거야."

 

 "무슨 이유로?"

 

 "자네가 귀하신 양반이 되었기 때문이지. 아, 그렇게 험상궃은 얼굴로 바라보지 마. 자네는 너무 오랫동안 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밀수꾼들의 시선을 꿀 수 있는 것은 수익성이야. 수익성과 흥미에 이끌리지."

 

 한은 레아가 알려 주었던 외교적 언사의 교훈을 상기하면서 받아쳤다. 

 

 "그러면 자네는 제국의 관할 지역에서 뭘 하겠다는 말이야? 무슨 일감이라도 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수지맞는 일이지."

 

 드라비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간단히 대답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겠지. 그러나 제국의 영토는 5년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거야. 우리 신공화국은 지금 공정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네도 알잖아. 우리 사람들은 제국군보다 사기도 높고 준비도 잘 되어 있거든."

 

 드라비스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제국에 누군가가 새로 부임했다는 소식 못 들었나. 자네들의 골치를 썩일 인물이지. 이르테면 오브로아 스카이계에서 겪었던 일이 그와 관련 있지 않을까? 바로 얼마 전에 자네 신공화국이 엘롬의 주력 부대를 상실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칠칠치 못하게 그와 같이 총체적인 주력 부대를 상실하다니.."

 

 한은 이를 악물고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기억해둬. 우리에게 골칫거리라면 자네 쪽에도 골칫거리라고. 그리고 우리 신공화국이 돈에 굶주려 있다고 생각하면, 제국은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드라비스는 일어서며 공감하는 투로 말했다.

 

 "그건 참으로 생각지 못한 일이구만. 어쨌든 자네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네. 이만 가봐야겠네. 자네 부인께 안부를 전해주라고."

 

 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네 무리들한테 우리의 제안을 꼭 전해줄거지?"

 

 "암, 그렇게 하지. 자네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일은 알 수 없는 일이니까."

 

 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번 만남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건 그 정도가 전부였다. 

 

 "드라비스, 한 가지 더 물어 볼 말이 있는데. 자바가 없어진 지금 누가 밀수업계의 큰 손인거야?"

 

 드라비스는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딱히 비밀은 아니다만,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인물들은 없어. 나로서는 탈론 카르드가 아닐까 생각해."

 

 한은 얼굴을 찌푸렸다. 카르드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그의 조직이 서열 10위 안에 들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더더구나 서열 1위라는 점은 의외였다. 드라비스가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카르드란 작자가 숨어서 때를 기다렸던 인물이 틀림없었다. 

 

 "어디 가면 볼 수 있지?"

 

 드라비스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걸 앞고 싶었던 거구만. 언젠가 자네에게 알려 줄 날이 있을 지도 모르지."

 

 "드라비스..."

 

 "가 봐야겠어. 또 보자, 츄이."

 

 드라비스는 몸을 돌리는가 싶더니,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 그런데 저기 있는 자네 친구한테 아주 형편없는 보충 요원이라고 전해줘."

 

 드라비스는 다시 한번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려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한은 걸어가는 드라비스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어쨌든 드라비스는 훌쩍 떠나 버렸다. 그가 접촉해 온 다른 밀수꾼들은 그 정도나마도 믿어 주지 않았다. 이나마도 진전이 있었다고 자위해야 할 판이었다. 

 

 츄바카는 경멸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평의회에 참석한 아크바 제독에게 기대할 게 뭐가 있겠어?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몬 칼라마리족은 밀수꾼을 무척 싫어 했어.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야. 그냥 걱정 놓자고. 밀수꾼들은 돌아올 거야. 어쨌든 그들 중 몇 사람은 올거야. 드라비스는 수익성과 흥미에 관해서 제가 바라는 바를 지껄여대겠지. 드래비스가 암만 이익과 스릴이 어쩌고 떠들어봐야 안전한 정비소에, 자바처럼 등쳐먹는 사람도 없고, 공격받는 일도 없다면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어. 일어나, 가보자고."

 

 한은 칸막이 방에서 나와 바로 향했다. 그 바로 위로 출구가 보였다. 절반쯤 지나가다가 한 부스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 친구가 전해달라던데. 자네가 너무 형편없는 보충 요원이라더라."

 

 웨지 안틸레스가 탁자 뒤에서 나오며 씨익 웃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걸 노리고 날 배치한 줄 알았는데,"

 

 "그래, 하지만 드라비스는 몰랐지."

 

 한은 처음으로 드라비스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웨지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엑스 윙을 타고 타이 전투기들을 박살내던 때가 유일하게 괜찮게 보였던 시절이었다. 한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페이지는 어디 있는 거야?"

 

 "여깁니다."

 

 등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 켠에 평범한 모습의 사내가 나타났다. 어중간한 키에, 어중간한 몸집이었다. 사실 눈에도 잘 띄지 않을 그런 사람이었다. 한이 페이지에게 물었다. 

 

 "뭐 미심적은 부분은 있었나?"

 

 페이지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무런 지원 병력도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블레스터 외에 아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가 솔로님을 믿은 건 분명합니다."

 

 한은 마지막으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 크게 진전된 거야.이제 그만 가보자고. 안 그래도 지금 코르산트로 돌아갈 때가 됐어. 지나가는 길에 오브로아 스카이계로 가고 싶고."

 

 "실종된 엘롬 기동대 때문에?"

 

 웨지가 물었다. 

 

 "그래,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봐야겠지. 그리고 운이 좋다면, 어느 놈이 그런 짓을 했는지도 알 수 있을테고."

 

 한은 냉혹한 말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