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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헐리우드 오컬트물보다는 요즘 나오는 한국 오컬트물이 좋다. 왜냐하면 그저 악마나 귀신을 쫒는 내용이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곡성이 그 포문을 열었고 사바하가 뒤를 잇는다.
사바하는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에서 한층 더 업글레이드 된 영화이다.
사바하는 '불교'를 세계관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사이비 종교를 뒤쫒는 목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다소 신기한 구성의 영화이다.
주인공인 박목사는 사이비종교를 찾아내고 칼럼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서 돈을 버는 목사이다. 언뜻 보면 돈만 추구하는 목사처럼 보이지만 박목사는 '믿음'을 잃어가는 기독교 신자이다. 동시에 불교 세계관에 개입하게 된 목사이다. 이런 신기한 구성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재미를 위해서? 아니다.
영화를 자세히 알아보자.
영화 시작은 다른 퇴마물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시골 마을에 '귀신'이 산다. 동물들이 죽어나간다거나 불길한 일들이 일어난다. 굿을 하러 온 무당이 있고 귀신의 존재를 알아낸다. 하지만 귀신은 무당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존재였다.. 진부하다. 정말 진부한 스토리로 진행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
사바하가 다른 오컬트물이랑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이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첫 장면을 보고 영화가 '귀신'을 쫒아내는 퇴마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 문에 갇혀 있는 무언가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독교 세계관의 퇴마물만 접했기 때문이다. '악마'가 존재하고 악마는 인간을 괴롭힌다. -1
하지만 영화를 진행하면서 생각이 많은 관객은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사이비를 쫒는 목사를 보면서 사실은 귀신은 메타포일 뿐이고 모든 게 사이비종교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이 아닐까 하고-2
하지만 영화가 진행하면서 관객은 불교 세계관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다.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사천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천왕은 부처를 지키는 신이다. 하지만 이 신들은 처음부터 선했던 신은 아니다. 그들은 한때 악했던 악신들 중 하나였으며, 부처를 만나면서 귀의하게 된 존재들이다.-3
박목사는 사슴동산을 추적하면서 '경전'을 알게 되고 그 경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객은 불교 세계관에 또 다른 지식이 늘게 된다.
박목사 : 등불은 미륵을 뜻해. 기독교에 나오는 구세주 같은거지. 사천왕이 미륵을 지킨다. 뱀으로부터.
고요셉 : 그렇다면 뱀은 성경에 나오는 사탄 같은 거겠고
이에 박목사의 신학교 후배였던 해안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안스님 : 선배, 불교엔 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목사 : 어허, 그렇지 않아. 부처님을 유혹했던 마왕 파순도 있고 다른 경전에 나오는 수라나 마라. 그런 것들이 다 악..
해안스님 : 아니에요. 그건 다 기독교식 편견이에요. 파순도 수라도 그 어원을 따라가면, 전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의 표현일 뿐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게 악인거죠. -4
네이버 평가를 보면 초반처럼 쌍둥이언니 위주로 갔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불교 세계관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즉, 우리가 처음에 쌍둥이 언니가 '악마' 비슷무리하게 생각한 이유는 기독교식 시각일 뿐이다. 이 영화에서는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악'이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저 대사와 나옴과 동시에 다르게 흘러간다. 이제는 귀신을 퇴마하는 퇴마물이 아니다. 진실을 쫒는 영화가 되고 종교의 질문을 하는 영화가 된다.
영화 클라이막스가 성탄절 전과 성탄절인 걸 생각해보라. 성경에서 예수가 태어난 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가?
마태복음 2장 13절부터 보면, 예수를 견제하기 위해 해롯 왕이 그 날, 그 지역에 태어난 아기들을 모두 죽인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슴동산도 똑같다. 자신들이 믿는 미륵을 보호하기 위해 99년생 영월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을 죽인다. -5
그리고 이것은 알고보니 사이비종교의 믿음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미륵이 된 김풍산의 짓이었다.
김풍산은 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예언 때문이다. 김풍산이 태어난 장소에서 100년 뒤에 태어날 아이가 미륵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 불멸이 된 신이 두려워한 이유가 뭘까?
불교에서는 땅에는 애벌레가 있고 그걸 잡아 먹는 천적인 새가 있듯 모든 것에는 자연의 순환 속에 속해 있다. 신이라고 하더라도 천적이 존재하는 셈. 실제로 불교에서는 극락과 지옥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이나 지옥에 가면 끝이지만 불교에서는 극락과 지옥의 삶도 끝이 있으며 다시 윤회하게 된다. 그 윤회에서는 개인이 진리를 얻어야 계속 극락에 가게 되는 열반에 오르게 된다. 불교에서는 부처도 결국 끝이 있다.
쌍둥이는 그저 하늘의 뜻이나 계략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저, 순리대로 태어났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퇴마물처럼 쌍둥이의 언니가 악마로 나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내용이 산으로 간 것이 아니다.
박목사는 이 모든 일을 겪게 되고 자신이 믿는 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다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던졌는가?
1. 불교 시각에서 오컬트물을 만들어냈다. 중국, 일본에서도 요괴 퇴치물은 있어도 사바하처럼 심도 있고 깊은 오컬트물을 만든 적은 없다. 그리고 대중에게 만연하게 퍼져있는 기독교적 시각을 깨트리고 싶었을 것이다.
2. 불교 시각을 통해 기독교의 신인 여호와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주인공이 목사인 점. 주인공이 끊임 없이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 신에게 기도를 하며 끝나는 점.
영화 중간에 박목사가 선교사 부부 이야기를 꺼낸다.
기도도 성실하게 하고 정말 착한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남아공에서 선교 활동을 했는데 나중에 돌아온 사람은 남편 뿐이었다.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과 갓 태어난 딸은 총에 맞아 죽었다. 남편은 자기 가족을 죽인 13살 무슬림에게 왜 죽였냐고 물었다. 그러자 무슬림은 "신의 뜻대로 했다"고 말한다.
이에 박목사는 말한다.
박목사 : 난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 밑바닥에서 정말 개미들처럼 지지고 볶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의 하나님은 어디에서 뭘하고 계시는지. 그래서 대신 한번 만나나 보려고. 신이 됐다는데.
박목사는 신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이 됐다고 하는 김풍산을 직접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박목사는 김풍산을 보았고 그의 욕심을 그를 사로잡아 스스로 뱀(악)이 됀 것을 보았다. 절대자의 뜻이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신이 된 자가 스스로 욕망에 사로 잡혀 악을 저지르고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
그리고 박목사는 영화 말미에 이런 말을 한다.
박목사 :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일어나소서. 당신의 인자함으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박목사가 이 기도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박목사는 정나한의 춥다는 마지막 말에 인간의 초라함과 무력함을 느꼈을 것이다. 박목사는 김풍산을 보면서 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신이 있다면 무얼 하고 있냐고, 왜 아무것도 안하냐고 묻는 것이다.
어쩌면 기독교의 신은 이미 타락했을지도 모른다. 구약 성서에서 야훼는 김풍산과 비슷한 행동을 했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재난을 가져왔으며, 심지어 갓난아기들을 모두 죽이고 처녀가 아닌 여자들은 모두 죽이고 처녀는 군인들의 전리품으로 삼으라는 명령까지 내린다. 어쩌면 감독은 절대선이라고 말하는 기독교 신의 모순적인 모습을 김풍산을 통해 풍자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신이 있다면, 인간은 너무 초라하다고. 하지만 불교의 가르침대로 신마저도 타락할 수 있는데 인간은 계속해서 성찰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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